연개소문의 최후 "넌 내 아들이야..."

드라마 초반의 인기를 견인했던 연개소문 김진태의 활약은 눈부셨다.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와 따뜻한 인간미를 함께 표출하며 고구려의 영웅 연개소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냈던 김진태의 최후는 "연기, 그 이상의 연기였다"는 극찬을 자아내기도 했다. 화살맞은 상처가 악화되어 죽음을 앞두게 된 연개소문이 집안의 종 개동이(대조영, 최수종)를 불러 `아버지`라고 불러보라고 했다. 목이 멘 채 `아버지`라고 부르고 오열하는 개동의 손을 꾹 쥐고 자애로운 미소로 유언을 남기는 연개소문의 애틋한 모습이 짙은 감동을 안겼다. 고구려를 생각하는 깊은 충정 역시 함께 우러났던 대목.

"그래..넌 내 아들이야...내가 키웠으니 내 아들이고말고. 난 조영이 널 믿는다. 넌 이 고구려를 위해서 아주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야..."

차마 눈도 못 감은 양만춘, "고구려...고오...구우...려어"

연개소문과 고구려의 양대산맥으로 우뚝 섰던 양만춘(임동진)의 피맺힌 최후 역시 드라마 팬들을 가슴을 저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고구려의 간신 부기원과 사부구 측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되는 장면이 펼쳐졌기 때문. 한밤 자객을 맞은 양만춘 장군은 화려한 무공으로 자객들을 물리쳐갔지만 뒤에서 비겁하게 칼을 꽂은 자의 소행으로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고구려...고오...구우...려어..."

붉게 피로 물든 입술에서 터져 나온 마지막 말은 그가 오매불망 사랑하던 나라 고구려였다. 피로 물든 입술로 고구려를 부르다가 나라의 운명을 예견한 듯 눈도 감지 못하고 숨져간 양만춘 장군의 최후에 시청자들은 가슴이 미어졌다고 토로했다. `덕`의 카리스마로 양만춘 장군을 표출한 임동진의 열연에 대한 찬사 역시 뒤따랐다.

검모잠 김명수의 처절한 탄식

고구려 패망 후 항당운동을 펼쳐나가다가 보장왕의 서자 고안승을 국왕으로 추대했던 검모잠(김명수)의 죽음 역시 화제를 모았다. 믿었던 고안승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게 된 검모잠이 회한과 허망함 자책감의 눈물을 터트리며 내뱉는 마지막 절규가 압권.

" 니 놈의 부귀영화는 반백년도 가지 못하리라. 그러나 그 치욕은 자손만대로 이어질 것이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고안승과 함께 더렵혀지는 내 이름 석자가 애석하구나!"

자조 섞인 웃음 속에 병사들의 칼에 생을 마감하는 검모잠의 원통함을 실감나게 표출한 김명수의 연기 역시 돋보였다.

마도산의 늑대, 흑수돌 품안에서 최후 맞다

흑수돌과 티격태격하며 극의 감초 역할로 활약했던 계필사문(윤용현)의 죽음 역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큰 부상을 입었으면서도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피투성이가 된 채 흑수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당나라군을 사지로 유인해낸 계필사문.

피를 토하면서 "흑수돌 너라도 살아남아서 내 대신 대업을 꼭 지켜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단짝인 흑수돌 품안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늑대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처형의 칼날 앞에서도 당당했던 흑수돌

당나라군에 잡혀 처형되는 운명을 맞는 흑수돌의 모습 역시 게시판을 눈물로 적셨다. 자신이 죽으면 머리를 형님들이 있는 천문령 쪽으로 내걸어 달라는 부탁을 남기는 흑수돌의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최후를 누구보다 당당하게 장식했다. 처형의 시퍼런 칼날 앞에서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던 것.

"우리의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 니놈들은 살아서 피눈물을 흘릴거고 난 죽어서 구천에서 웃을거야. 이렇게 하하하하하"`

방송 후 시청자들은 흑수돌의 장렬한 죽음에 눈물소감과 아울러 단순무식하지만 의리있던 흑수돌의 캐릭터를 극 초반부터 감칠맛나게 빚어내고 퇴장한 김학철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금란의 못 다한 사랑 "부디 다음 생에서는..."

금란 장군(심은진)의 죽음은 걸사비우(최철호)와의 비극적인 사랑 때문에 더욱 눈물샘을 자극했다. 당나라와의 전장터에서 걸사비우와 쫓기게 된 금란은 적군과 맞닥뜨리자 자신을 업고 뛰라고 부탁했다. 화살공격이 올 것을 예감하고 걸사비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것. 등에 화살이 박히는 고통 속에서도 걸사비우가 눈치챌까봐 고통을 참아내며 조용히 죽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심금을 울렸다.

"장군. 이년이 장군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옵니다. 미안하옵니다. 부디 다음 생에서는..."

사랑하는 걸사비우를 살리고 그의 등 뒤에서 싸늘하게 죽어간 금란의 최후에 시청자들은 "펑펑 울어버렸다" "금란을 살려 달라"며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대중상 "이 천문령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리라!"

연개소문 집권기부터 고구려 패망, 고구려 부흥운동과 발해건국의 분수령이 된 천문령 전투까지 함께 했던 대중상(임혁) 역시 최근 방송에서 장렬한 최후를 보여줬다. 나라에 대한 충정과 아들 대조영에 대한 애틋한 부성애를 함께 선보였던 대중상은 천문령 전투에서 당군을 자극해 스스로 죽음을 자처했다. 자신의 죽음으로 고구려 군의 사기를 높이려 했던 것. 특히 고구려 군에게 외치는 의미심장한 마지막 대사와 임혁의 비장한 연기가 대중상 최후의 감동을 더했다.

"고구려 장졸들은 내 최후를 봐두어라. 우리가 이 싸움에서 패한다면, 살아서도 꿈을 잃을 것이나 승리를 한다면 죽어서도 우린 지킬 나라가 생길 것이다. 나 대중상은 마지막 칼을 뽑아 부끄럽지 않은 생을 마치려 한다. 살아서 꿈을 잃느니 죽어서도 이 천문령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리라!"

(사진=방송화면중)[하수나 기자 mongz11@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