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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영중인 방송 3사의 사극에는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고구려 역사가 주축이라는 점,정통과 퓨전을 넘나드는 장르,역사적으로 같은 인물을 각기 다른 배우가 맡는 것도 그렇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 바로 시청자들의 기억속에 묻혀 있던 조연 배우들의 재발견이다.

사극을 시청하다 보면 과연 이 드라마에 동원된 배우가 몇 명이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 들 때가 있다. 여기엔 단역배우는 물론이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연출된 방대한 규모의 병사들도 감안해야겠지만 그래도 사극만큼 많은 연기자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장르도 없을 것이다.

억대 출연료의 스타는 아니지만 이들 조연 배우는 드라마의 무게 중심을 견고히 할 뿐 아니라 ‘약방의 감초’ 역할 이상을 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극 전성시대를 맞은 최근의 방송가는 빛나는 조연 찾기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핏 떠오르는 인물만 해도 전원일기의 홀아비 ‘노마 아빠’에서 야철대장 ‘모팔모’로 거듭난 이계인(주몽),중국 수나라의 ‘독고황후’ 정동숙과 ‘연태조’ 박인환(연개소문),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 임혁과 ‘설인귀’ 이덕화(대조영) 등 적지 않다.

여기엔 이미 영화계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중견 배우들의 열연이 방송 드라마 분야로 확산된 듯한 인상도 준다.

실제로 소위 ‘뜨는 스타’의 출연보다는 중견 배우의 내공과 노련미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흥행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해내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회당 수천만원대의 몸값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극소수 배우들의 출연료 고공 행진은 시청자는 물론이거니와 대다수 연기자들에게 적지않은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스타라는 이름에 걸맞은 부와 명성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 소수로 인해 조연·단역 배우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개선되지 않는 제작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는 ‘부익부 빈익빈’의 방송계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작품으로 말하고 연기로 승부하는 조연들의 재발견이 시사하는 바는 더욱 크다.

최정아(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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