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청명한 가을 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10월19일 서울 화계사 특설무대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이어졌다. 주인공은 화계사 신도들 이날 18명의 불자들, 이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사부대중 앞에서 유감없이 뽐냈다.
이날 마련된 무대는 화계사가 주최하고, 조계종 연예인전법단(단장 우봉스님, 서울 화계사 주지·총무원 기획실장)이 주관한 제1회 전국사찰노래자랑이었다.
전국사찰노래자랑은 사찰 신도들간 화합과 청소년 불자 인재양성, 젊은 불자 발굴 등을 목적으로 연예인전법단이 처음 기획한 행사다.
이번 행사는 2022년 출범한 연예인전법단 소속 연예인 불자들이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사찰에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사찰 발전과 화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예인들이 재능보시에 나선 것이다.
우봉스님은 이날 “심사를 맡은 임혁, 김국환 진미령님을 비롯한 불자 연예인들의 재능 보시로 오늘 행사가 마련될 수 있었다”고 행사 배경을 소개하고 “전국 사찰에서 부담없이 축제와 화합의 장을 열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인 만큼 연예인전법단과 함께 전국노래자랑을 지속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노래자랑 현장은 노래를 통해 화계사 신도들이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이 됐다. 10월13일 열린 치열한 예선을 뚫고 본선 무대에 오른 18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신심 깊은 화계사 신도였다. 20대부터 70대까지, 발라드부터 트로트까지 연령과 장르는 다양했지만, 불심(佛心)은 하나였다.
화계사에서 50년 동안 신행생활 하며 느낀 감사함을 노래 공양으로 회향하고 싶어 참가했다는 전현옥 씨, 마음이 힘들 때마다 찾는 화계사에서 노래로 꿈을 펼쳐보고 싶다던 박미란 씨 등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삶의 내력을 꺼내놓으며, 부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부처님 가르침과 도량 덕분이라며 감사해했다.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20대 불자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이날 화계사 대학생회에서 활동하는 박수연, 김영익, 김동민 씨가 참가했다. 젊은 인재 발굴이라는 기획 취지가 실현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민 씨가 싸이의 ‘예술이야’를 불렀을 때는 스님들과 신도들이 좌석에서 일어나 손뼉을 칠 정도로 좌중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객석에 앉아 호흡했던 신도들은 평소 사찰에서 함께 신행활동 하는 ‘도반’들이 무대에 오른 데 대한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플랜카드와 응원보드를 만들어 열띤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화계사 신도회 부회장 이정기 씨는 “도반들이 무대에 올라 더욱 즐겁다. 특히 젊은 법우들이 많아 더욱 반갑다”고 말했다.
이날 연예인전법단 소속 불자들은 전문적인 심사는 물론 특별 공연으로 흥을 돋우며 재능보시를 실천했다.
본선 심사는 전법단 회장 임혁 배우, 부회장 김국환 가수, 부회장 진미령 가수를 비롯해 ‘KBS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이자 작사·작곡가인 김동찬 씨, 최덕섭 화계사 신도회장이 맡았다.
이날 진미령 가수는 ‘미운사랑’, ‘대한민국 서울’을, 임혁 배우는 ‘깡통’, ‘사냥꾼’ 두 곡을 특별히 노래했다. 김국환 가수는 그의 대표곡인 ‘타타타’ 등을 열창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연예인전법단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국악소녀 이소원 양과 케이팝 댄스 가수 임지민 양은 풍악을 울려라 등 3곡을 부르며 대중들에 웃음을 선사했다.
임혁 배우는 이날 “연예인불자들이 드디어 적극적으로 재능 보시할 기회가 생겼다. 평소 대중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았던 예능인들이 은혜를 갚을 기회를 갖게 됐다. 매우 뜻깊다. 앞으로도 신도들 화합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재능 보시를 통해 부처님 은혜를 갚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진미령 가수도 “부처님과 불교는 산에 계시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불교를 친근하고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연예인 불자들이 더욱 노력하겠다”고 되려 감사해했다.
화계사 스님들도 신도들의 즐거움을 위해 이날 만큼은 근엄한 모습을 내려놓았다. 주지 우봉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은 신도들의 공연에 적극 호응했으며, 총무 도준스님은 조용필의 ‘바람이 전하는 말’을 노래하기도 했다.
이날 수상자도 발표됐다. 최우수상은 이승철의 ‘아마추어’를 열창한 김영익 씨가 받았다. 우수상은 조용필의 ‘님이여’를 부른 김미서 씨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내년 전국사찰노래자랑 수상자들이 모여 치르는 연말결선에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강정화, 박미란, 김동민 씨는 인기상을 받았다. 수상자 모두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향로가 수여됐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상품권도 전해졌다.
포교원장 선업스님을 대신해 최우수상을 수여한 포교부장 남전스님은 “포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보편적, 상식적인 차원으로 전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짚으면서 “연예인전법단이 주관하는 전국사찰노래자랑은 이러한 점에서 너무나 좋은 시도다. 앞으로 정례화되고 활성화되면 문화포교의 일환으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날 이한규 연예인전법단 사무총장은 “사실 요즘 우리 불자들이 많이 감소되어 가고 있는 추세인데 불자연예인들이 전국의 사찰을 찾아가 사찰노래자랑을 통해 젊은 불자들을 발굴해서 불교를 젊게 만들고자 한다. 오늘 화계사를 기점으로 전국의 사찰에서 부처님노래가 울려퍼질 수 있도록 저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