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관객 모두 주인공된 ‘전국사찰노래자랑’
조계종 연예인전법단, 10월 19일 서울 화계사서
전국 사찰노래자랑 개최…스님·신도 등 500명
“신도를 무대 주인공으로” 사찰 결속력·자부심 높여
“아빠! 응원 와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전국사찰노래자랑’ 첫 수상자가 탄생했다. 이승철의 ‘아마추어’를 부른 청년 불자 김영익(28) 씨는 최우수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기뻐했다. 그는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다”며 “그런데 아버지가 못 오실 줄 알았는데 와주셨다. 덕분에 수상한 것 같다”고 했다. 김영익 씨의 아버지도 무대 아래서 하트를 그리며 환히 웃었다. 부자(父子) 간의 뭉클한 장면에 신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 일처럼 축하했다. 전국사찰노래자랑이 열린 화계사에는 2시간여 내내 환호와 웃음꽃이 흘러 넘쳤다.
조계종 연예인전법단이 10월 19일 오후 12시 서울 화계사 특설무대에서 ‘전국사찰노래자랑’을 개최했다.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시그널은 범종이 대신했다. “댕~” 하고 울리는 신선한 조합에도 신도들은 능숙하게 “전국~ ‘사찰’ 노래자랑”을 외쳤다.
이날 무대에는 47명의 지원자 중 예선을 통과한 19명이 올랐다. 심사위원으로는 KBS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인 김동찬 작사·작곡가를 비롯해 연예인전법단 회장 임혁 배우, 부회장 김국환 가수, 진미령 가수, 최덕섭 화계사 신도회장이 나섰다. 이들은 본선 진출자들의 음정·박자·태도·응원점수를 평가해 총 점수를 냈다.
그 결과 최우수상에는 이승철의 ‘아마추어’를 부른 김영익(28) 씨가, 우수상에는 정의송의 ‘님이여'를 부른 김미서(57) 씨가 선정됐다. 인기상에는 싸이의 ‘예술이야’를 부른 김동민(21) 씨와 아들 황준우(8) 군과 윙크에 ‘얼쑤’를 부른 박미란(39) 씨, 김세레나의 ‘꽃타령’을 부른 강정화(30) 씨가 각각 수상했다.
특히 인기상 수상자 황준우 군은 앞 순서 참가자임에도 긴장한 기색 없이 통통 튀는 귀여운 매력으로 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어머니 박미란 씨는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다녔던 사찰을 이제 아들과 함께 온다”며 화계사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준우 군은 “삼성각에 제 연등이 있다”고 자랑하며 “오늘 무대에서 엄마를 도와줄 수 있어 좋았다. 친한 스님들이 앞에 있어 하나도 안 떨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사연도 있었다. 첫 무대에 오른 김윤주(39) 씨는 “배우로 활동했지만 유방암에 걸려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며 “그러나 어머니의 기도로 암을 이겨냈고, 오늘은 심장 수술을 앞둔 어머니를 응원하고자 참가했다”고 밝혀,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이에 신도들은 박수 갈채로 응원을 보냈다.
‘전국사찰노래자랑’은 남녀노소 모두 참가해 저마다의 삶이 녹아나는 프로그램이 됐다. 절에만 가면 “엄마 생각이 난다”는 72세의 서정권 씨부터, 가수가 꿈이었지만 생계로 포기했고, 퇴직 후 여유가 생겨 도전하게 됐다는 안준노(58) 씨와 화계사 노래자랑에 참석하고 싶어 독일에서 날아왔다는 화계사 어린이회·학생회·대학생회 회장 출신의 박윤설(24) 씨까지. 신도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공유하며 공감의 폭을 넓혔다.
응원 열기도 대단했다. “도반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는 배성은·이경희·서인숙·신영미·배진희 씨는 며칠 전부터 미리 플래카드·머리띠·응원 봉을 제작했다고 밝히며 “오래 서 있어도 다리 아픈지 모르겠고, 함성 질러도 목 아픈지 모르겠다. 마냥 즐겁다”고 했다.
화계사 종무원으로 근무하는 이유선(여여지·60) 씨는 “모두가 주인공인 시간을 보냈다”며 “행사는 자주 열리지만 신도들이 함께 참여하고 어우러지는 기회는 많지 않아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화계사 봉사자 김양원(수인행·58) 씨도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니까 소속감이 더 짙어진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도 ‘놀이터’가 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참가자 김연주(67) 씨를 응원하러 온 손자 김령현(10) 군은 “엄마랑 여동생이랑 할머니를 응원하러 왔다”며 “경기도 광명에 사는데 어제 고속도로가 막혀 좀 힘들었다. 그래도 절에 오니 염주 만들기도 하고 재밌다. 할머니가 상을 받아서 맛있는 것을 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이한규 사무총장을 비롯해 연예인전법단원들은 오랜 방송 경력으로 쌓은 노하우를 맘껏 선보였고, 적재적소 배치돼 각자의 역할을 빈틈 없이 해냈다. MC로 나선 개그맨 김주철 씨와 가수 목비 씨는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농담을 자유자재로 던지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시종일관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국악소녀 이소원 양과 댄스가수 임지민 양이 공연할 땐, 무대 아래로 내려와 신도들과 스킨십하며 어울렸다.
심사위원도 마찬가지였다. 날카로운 안목으로 점수를 매겼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박수치며 격려했다. 특히 가수 진미령 씨는 볼펜으로 리듬을 그리며, 참가자가 음정을 맞출 수 있게 도왔다. 다소 난감한 실력을 보이는 참가자에게 가차 없이 “땡”을 치는 KBS의 전국노래자랑와 달리, ‘전국사찰노래자랑’은 1절을 온전히 마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며 배려했다.
사찰을 찾은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든 이날 ‘전국사찰노래자랑’은 앞으로도 사찰의 이색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전망이다. 포교부장 남전 스님은 “제가 포교원에 있어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마다 포교가 뭐냐고 물어보는 데, 이게 바로 포교”라며 “사찰과 사람, 문화가 어우러지고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 기쁘다. 활성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연예인전법단장이자 화계사 주지인 우봉 스님은 “우리 신도들이 이렇게 노래를 잘 할 줄 몰랐다. 오늘이 첫 시도인데 너무나 잘해냈다. 아마 전국에서 요청이 쇄도할 것 같다”며 “오늘 사회를 봐준 두 분을 포함해 모든 연출자들에게 감사하다. 즐거운 화합의 장소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연예인전법단의 첫 사업인 ‘전국사찰노래자랑’은 서울 화계사를 시작으로 전국 사찰에서 열릴 예정이다. 각 사찰의 ‘포교원장상’과 ‘연예인전법단장’ 수상자에게는 ‘연말결산대회’ 참가 자격도 부여해, 전국 단위의 단합도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포교부장 남전 스님과 화계사 선덕견향 스님, 주지 우봉 스님, 총무국장 도준 스님, 교무국장 청강 스님, 포교국장 선월 스님, 사회국장 재각 스님, 연수국장 혜량 스님, 기도스님 무암 스님과 전미순 종무실장, 장정화 대한불교청년회장 등 신도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ulgyo-in.com
https://www.bulgyo-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82 |
|
